본문 바로가기
기후 변화와 대응

COP28 주요 합의사항과 앞으로의 과제

by 필리s 2025. 7. 17.

COP28 주요 합의사항과 앞으로의 과제

1. 글로벌 스톡테이크의 시행과 화석연료 전환 선언

COP28은 파리협정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스톡테이크(Global Stocktake)’를 완료한 회의로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다. 글로벌 스톡테이크는 각국이 현재까지 이행해온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기후 목표 달성 가능성을 과학적 지표를 통해 평가하는 절차다. 이 평가 결과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여전히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목표와는 큰 격차가 있으며, 현 경로를 유지할 경우 2.5~2.9도의 온도 상승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는 지금까지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전 지구적 차원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COP28에서는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선언하며,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환(transition away)’을 모든 국가가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이는 역사상 최초로 COP 문서에 ‘fossil fuels’라는 표현이 명시된 것으로, 그 상징성과 파급력이 크다. 이전까지의 합의문은 대부분 화석연료를 직접 언급하지 않거나 모호한 표현에 머물렀지만, 이번 합의는 국제 사회가 더 이상 기후 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이정표가 되었다. 비록 '단계적 퇴출(phase-out)'이라는 강한 표현 대신 다소 유연한 '전환'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지만, 방향성만큼은 분명히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2.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성 제고

COP28의 또 다른 주요 합의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세 배로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두 배로 향상시키는 데 130개국 이상이 동의했다는 점이다. 이는 ‘Global Renewables and Energy Efficiency Pledge’라는 이름으로 채택되었으며, 각국이 석탄과 같은 고탄소 에너지원을 축소하는 동시에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반영한다.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는 앞으로 에너지 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와 함께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도 선언되었다. 화석연료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은 저소득층 보호와 에너지 가격 안정화를 위한 명분으로 오랫동안 유지돼 왔지만, 이는 동시에 화석연료 소비를 장려하는 기제로 작용하며 기후 변화 대응에 역행해왔다. 이러한 보조금의 점진적 축소는 재생에너지의 상대적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 재정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각국의 경제 구조와 에너지 의존도에 따라 이행 속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이 같은 방향성의 전환은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중요한 진전이다.

3. 손실과 피해 기금 출범: 기후 정의 실현의 첫걸음

기후 변화의 피해가 점점 현실화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이 기금은 COP27에서 개념적으로 도입된 바 있으며, COP28에서는 실질적인 운영 계획과 재원 조달이 논의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독일, 아랍에미리트, 미국, 유럽연합 등 여러 국가가 초기 자금을 약정하며 약 6억 달러 규모의 기금이 조성되었고, 이는 기후 재난에 취약한 국가들의 복구 및 회복에 사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기금이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갖춘 재원 조달 메커니즘이 필요하며, 선진국의 지속적인 기여가 중요하다. 또한 피해의 정의와 보상 기준, 자금의 분배 방식 등에 대한 합의도 아직 미비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금의 출범은 기후 변화로 인한 불평등 문제를 국제사회가 처음으로 공론화하고, 책임을 분담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기후 정의 실현을 위한 초석이자, 앞으로의 국제 협력의 토대가 되는 장치로 평가된다.

4. COP28 이후의 과제: 실천력 있는 이행과 국제 공조

COP28의 합의는 선언적 의미에서 큰 진전을 이뤘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이행과 실행력 확보가 가장 큰 과제가 되었다. 많은 국가들이 화석연료 전환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동의했지만, 이를 법제화하고 정책에 반영하며,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특히 일부 개발도상국과 자원 의존 국가들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이를 감내할 수 있는 국제적인 재정 지원과 기술 이전이 병행되어야 한다. 선진국은 자신들의 역사적 책임을 인식하고, 기후 금융을 강화하는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

또한, 각국은 2025년까지 새롭게 강화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하며, 이는 파리협정 1.5℃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 현재 제출된 다수의 NDC는 여전히 그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스톡테이크 평가 결과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앞으로의 핵심은 ‘목표 설정’이 아니라 ‘실제 행동’이며, 정부뿐 아니라 산업계와 시민사회, 금융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절실하다. COP28은 기후 위기 대응의 새로운 장을 연 회의였지만, 그것을 실질적인 전환점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우리 모두의 행동에 달려 있다.